북한산에 두 번 다녀 온 아들이 참 대견했습니다. 등산을 한 지 2년여 정도가 지났고, 평지에서 걷기를 위주로 지내고 있으니까요. 한 동안 산에 다닌 건 친구들을 만나고 식사를 같이하는 시간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일이 있어서 그만 두었죠.
문득 친구의 북한산 등반 제안을 받고, 뭔가 자극이 필요하기도 해서 순간적으로 "오케이"를 외쳤습니다. 항상 맨 처음의 시도는 설레임을 주죠. 등반인원은 4명. 일단 서울로 가야 북한산을 만나니, 새벽에 서울로 출발. 친구들과 합류합니다.
처음 가보는지 지나가봤는지 모를 구기터널 부근에 도착합니다.
능금산장 옆 등산로 길은 여기가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이며 산세가 정말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시작은 너무 좋은 느낌이라는. 이렇게만 가면 얼마든지 가겠다라는 혼자만의 생각. 작은 계곡도 잠시...경사진 산길이 이어집니다.
잠시 숨을 돌리며 사진 한 장 겨우 담습니다. 언제나 처럼 산행은 만만치 않습니다. 다만 오늘 산행에서는 저만 헉헉. 뒤에서 독려하던 친구를 앞으로 보냅니다. 물론 앞에서 제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갑니다.
한 명은 군대에서 거의 매일 산을 탔다고, 한 명은 5년 정도 주말마다 산에 다니고...본인의 페이스를 넘어서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왜 왔을까"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오이와 귤로 수분과 비타민을 보충하고 다시 길을 나서기 전에 방향을 안내받습니다. 저 멀리 산 중턱에 왜 사찰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거기를 지나서 가야 한다는 아주 담담한 안내를 받으니, 뒤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습니다.
그래 더 늦기 전에 구기분소로 내려가자
다시 걷습니다. 아, 아까 뒤돌아 갔어야 했어. 젠장 "이런 산길을 할머니들이 백일기도를 하러 오신다고?" 다시 한 번 뒤로 갈 엄두가 안나서 앞으로 위로 올라 갑니다. 앞에 가는 친구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죠. "다왔어~"
내가 카메라 안가져오길 잘했지. 카메라 문수사 오기 전 버릴 뻔 했다. 문수사에 오니 북한산 다닌다는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 반경 20m 안에 10명 밖에 없다.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나니...반 쯤 왔단다.
"내가 미쳤어. 이제 헬기를 타러 가야 겠다." 이제 가는 길에 헬기장이 나온다고 한다.
대남문에 도착...헬기장 어디냐? 이대론 더 못간다. 사람들은 쉬어가지만, 친구는 최대한 휴식을 통제합니다. 배고픈 겁니다. 빨리 가서 먹으려고. 쉬어가면 근육이 어찌된다나 뭐라나.
어디로 가는지...끝없이 갑니다. 에궁 내 허벅지...이제 허리도 아프고, 북한산 왜케 돌이 많은겨. 발가락엔 힘이 들어가고 내려갈 때도 땀이 나는 거는 뭔지.
이런 뷰를 보러 올라오나 봅니다. 이런 거 사진으로 봐도 되는데...ㅋㅋ, 좋긴 좋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스스로 대견하고 저 멀리 흐릿해 보이는 산수화같은 풍경에 빠져볼라고 하는데 또 가자고 재촉합니다. 이 친구 엄청 배고픈 겁니다.
산세가 험한지 추락 위험 경고 표식이 많습니다. 떨어지면 안되죠. 헬기 타고 가야 하는데. 산행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산린이 생각.
몸은 지치고 힘든데, 칼바위능선은 함 가보고 싶지만 모두 배가 고파서 그냥 보기만 하고 지나칩니다.
자, 이제 마지막 목표를 향해 다시 걷기로 합니다. 에궁 어질...바위에 앉았다 일어나니 일어나실 때 주의
진달래능선에서 바라본 북한산이라는 안내판이 있고 저 멀리 우리와 상관없는 봉우리가 솟아있습니다...울 아들이 저기서 사진을 찍은 거군...젊어서 좋겠다. 저 멀리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멀다. 여기서 부터 또 걷고 걸어 목적지를 향해 걷습니다. 이미 다리 힘은 풀렸고...
난 누구? 여긴 어디? 헬기 어디 갔수?
드디어 목적지가 눈 앞에 딱 하고... 2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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