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네 story

무작정 속초여행 1박2일-예약은 필수 횟집은 어디간거야

지지피아 2019. 3. 26. 08:35
728x90
반응형

바다가 보고싶다는 애인의 말에 속초로 떠나기로 했다.

금요일 오후 출발을 예정하고, 티맵이 알려주는 예상 시간을 체크하며, 뒹굴뒹굴 굴러다녔다.

숙취도 남아 있는 듯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은 장거리 운전에 위험을 동반하므로.

아니 너무 피곤했다.

티맵의 예상시간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럴 수도 있지 뭐.

날도 풀리고 많이들 나올 시간이니.








도로상황을 반영한다더니, 경로가 계속 바뀐다.

바쁜 일없으니, 일단 애인과 잠시 휴식.

화양강랜드 휴게소.

애인은 예전에 이 곳을 온 적이 있다고 했다.

난 기억에 없다.

너 누구랑 온거냐???

간식 중 참 좋은 구운 밤이다...중국산일 껄 상관없다.

자 이제 달려봐야지. 속초로...



달리긴 뭘 달려.

오후 5시 37분에 우린 원통교차로에서 서 있었다.

알리바이 사진이다.

원통에 이런 큰 유통마트가 있다니...

가는 방향은 맞다.

직진하면 속초.

이제 어둠이 내려앉는다.

1차 목적지인 동명항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활어센터(터가 맞는 겨, 타가 맞는 겨, 언어학자들 힘들 듯. 우리가 더 힘들다)

활어를 구경하고 한 바퀴 돌아본다.

난 2년만에 온 동명항.

애인은 얼마만인지 좋아라 하니 기쁘다.

위 사진에 모자이크처리를 한 이유...회를 떠서 먹을 자리가 없다.

회를 떠서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는 이런...

이런 게 무척 싫어하는데.

그럼 횟집으로 가자.




횟집을 찾아 헤매었다.

다 대게 간판 뿐이다.

이게 뭐냐, 포구 앞에 다 대게 집이라니.

담합의 결과인지, 마진이 대게가 많은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물어 물어 횟집을 소개 받았다.

"88활어"

88올림픽때 오픈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아마 펄떡이는 활어를 표현한 듯 했다.

상관없다.

회를 먹으면 그 뿐.

사장님 일가족인지 알 수 없지만, 네 분의 평균연령이 60세는 넘을 듯 보였다.

두 분째 맥주부터는 직접 냉장고에서 가져다 먹었다.

어른 공경하는 나니까.





모둠회 + 물회 + 참가자미...별 의미없다.

좋아하는 애인과 한 잔하는데 뭐 중요할까, 걍 활어에 모둠회 한 상이면 차고 넘쳤다.


"사랑해 애인

행복하게 건강하게

오래 만나자"



술이 술술 들어갈 무렵, 불현듯 밀려오는 불안감.

출발 전까지 바쁜 척하면서 숙박어플을 이리저리 찾아봤지만, 그닥 별 어려움이 있을거라 예상하지 않았다.

그 많은 숙박시설이 있는 속초에 우리 둘이 머무를 공간이 없겠어.

슬쩍 예약을 하지 않았음을 애인에게 흘리며,

여기어땡, 호텔쑤컴바인, 데일리모텔, 에어로비앤비, 호텔스닷껌까지 싹 뒤졌다.

없다.

둘이 잘 곳이...일단 어플 상으론.

그럼 그렇지, 전화는 받겠지...안 받는다.

한 곳도.

점점 범위를 넓혀 반경 1km, 2km, 3km, 5km...

전화 내려놓고 안받는다.

울 애인이 공개해버렸다.

8땡횟집에 다른 좌석에 계신 분들한테..."우리 예약 안하고 왔는데, 방이 없다네요"

와우...다들 "뭐 저런 무책임한 자식같으니"라는 눈빛으로 웃는다.

난 웃음이 안나온다.

웃프다.

얼마만에 나온 데이트인데.



일단 활어회 한 상을 다 뱃속에 넣었으니, 산책을 해 보았다.

겁나 걸었다.

겁나 많이 먹었으니.


0123




시간은 어느 덧 23시를 향해 가고,

맘은 조급해지고, 저 많은 불빛 중 우리가 누울 곳이 없단 말인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직접 가서 물어보기로.

모텔 두 곳을 갔다.

"오늘은 원래 요금의 5배를 줘도 방 못 구하십니다"

말이냐 방구냐.

그래 나 예약 안하고 온 놈이다.

둘이 손 꼭 잡고 편의점에 들러 속초 편의점은 어떻게 생겼나 구경하고,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차에서 잠시 전열을 가다듬자고 합의하고 차에서 휴식아닌 휴식.

아...이렇게 자면 낼 아침에 온 몸땡이가 반응할 텐데.

오직 한 가지 생각만 하면서

계속 숙박 어플을 만지작 거리다...지쳐 지쳐

에라이 이 상태로 자기엔 추울 수 있으니, 방한 개념의 소주 한 잔 더~~콜






어묵 + 새우튀김 + 소주...새우튀김 새우 머리에 저장된 기름으로 위장 보호...추우니 참았다.

소주를 계속 마셔도 취기도 오르지 않는다.

잘 곳이 없다는 게 이렇게 압박할 줄은 꿈에는 알았을까.

다시 차로 터덜터덜.

그나마 연료는 충분하다.

그래 자 보자. 자정을 넘어선 시각.

소심쟁이는 손에서 다시 숙박어플을 On.

이런 젠장 방이 나왔다. 실화냐.

믿지 못할 어플보다는 전화를 걸었다.

"싸장님 방있는 거 실홥니까?"

"아니 어찌 알았음까?"

우리가 삼일절 100주년 기념일에 길을 떠난 이유가 있었다.

우리를 보우하사.

당장 띠맵을 켜보니...위치가 주차장 앞.

뭐 이런 기분 좋은 일이.

막 달려가 주인장과 대면하고, 방에 들어가려니 울 훌륭한 애인은 이 피곤한 상태에서 "1만원" 할인을 외쳤다.

역시 역시...

오래된 모텔이지만, 8명도 잘 수 있는 널찍한 방에 욕조까지 있으니,

트럼푸네 호텔 안부럽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소박한 모텔이었다.

대부분 1회용 화장품, 비누가 있게 마련이지만

이 곳에 그런 것은 사치이자 낭비.

다 사용하던 것.

그래도 좋다.

맥주 한 잔 하고 머리를 눕혔다.


"숙박예약은 필수? 아니어서 더 추억이 된 속초 "





728x90
반응형